Home > 뉴스 > 문화 > 문학-출판
 
2002.04.16, 10:59
[책과 길] 중국문화사·가야사 나란히 출간

지난 주에 출간된 두 종류의 책이 ‘전문지식의 대중화’라는 관점에서 눈길을 끈다.‘미완의 문명 7백년 가야사’와 ‘이야기 중국문학사’가 그것이다.즉 어지러울 정도로 방대한 중국의 문학사,그리고 잊혀진 왕국 가야사의 복원이라는 전문분야가 과연 독서 대중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느냐는 실험이다.두 책 모두 수많은 화려한 도판과 공들인 편집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콘텐츠의 접근방식에는 서로 상반되는 점이 있어서 주목된다.



◇이야기 중국문학사 上下

중국문학사는 아무래도 전문가의 영역이었다.방대한 중국고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도 드문 데다 그 도도한 흐름 속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인명 지명에 질리기 십상이다.평택대 중국학과 교수인 저자는 집필의도를 요즘의 중국 알기 열풍과 연관짓는 기발함을 발휘한다.중국 열풍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겉모습만 파악하는 ‘얕은 지식’이라는 것.

“중국에서 몇 년 있다가 오면 금세 중국 전문가로 변신한다.하지만 이런 인스턴트식 이해법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나라가 중국이다.그런 정보에 의존해 좌절을 겪은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라고 말하고 “중국은 문학·역사·철학(文·史·哲)으로 상징되는 인문학의 나라다.이것을 깊이 이해할 때 중국을 비로소 알게 되고 비즈니스도 제대로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중국 문학의 흐름을 한번에 꿰뚫어 볼 수 있도록 각 시대의 대표 작가 3∼5명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그리고 작가의 일생에 관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써내려가 마치 통속소설처럼 읽어갈 수 있게 했다.

과연 문·사·철(文史哲)의 나라답게 중국의 시인과 문장가는 시대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던 모양이다.가령 1권 1장의 다섯 절만 보더라도 공자 맹자 장자 굴원 등의 탄생과 성장,그리고 활동을 쫓아가다 보면 마치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공명 등 책사들의 활약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기존의 이론서를 도배질했던 한자 표기도 대폭 줄였고 또 2쪽당 1.2장씩 튀어나오는 다양한 2색 도판도 책에 대한 호기심을 유인한다.

책은 어떤 전문분야도 저자와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훌륭한 대중출판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지만 시인 문장가들의 일생을 지나치게 흥미위주의 야사(野史)로만 구성해 과연 문학사의 본질과 잘 연결된 것인지 의문이다.이를 보완하기 위해 본문 끝에 시대별 개설과 문학사 및 시대별 문학가 연대표를 실었다고는 했지만(지세화·일빛·각권 1만3000원).



◇미완의 문명 7백년 가야사 1·2·3

책은 우리 자신에게조차 잊혀진 역사였던 700년 가야사를 복원해 불과 98년에 불과한 삼국(三國)시대 대신 가야를 포함시키는 사국(四國)시대를 제창하는 흥미로운 시도다.저자는 “가야라고 하면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과 관련한 불쾌한 기억만 떠올리는” 선입견을 깨기위해 책을 썼으며 기존의 가야 연구를 종합함과 동시에 대중적인 개설서를 지향했다고 밝히고 있다.

가야사 전문가이자 홍익대 역사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글을 쉽게 쓰려고 노력했고 무엇보다도 은박을 넣은 호화 양장본에 선명하고 아름다운 컬러 도판,이들 도판을 설명하는 상세한 설명과 일러스트레이션 등 책 자체로는 최고의 품격을 자랑한다.

1권 ‘수로왕에서 월광태자까지’는 가야연맹체의 성립과 변화,멸망까지 다루는 가야통사에 해당한다. 2권 ‘가야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나’는 가야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등을 분야별로 재구성하고 있다.그리고 3권 ‘왕들의 나라’는 가야연맹체의 맹주였던 금관가야 대가야 아라가야는 물론 다른 소가야국들의 역사까지 살폈다.

하지만 세 권에 걸친 방대하고 정성스런 편집작업에도 불구하고 흩어진 사실(史實)들에 대한 꼼꼼한 논증과 재구성 과정에 충실하려고 한 저자의 학자적 태도 때문에 학술서라는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책이 교양적 인문역사서의 시도이고 가야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확산이었다면 그러한 흥미를 견인하기에는 집필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평소 가야사에 흥미를 가졌기 때문에 이 책을 반드시 구입하게 될 독자라면 이런 ‘전문성의 흔적’과 더없이 아름다운 도판으로 복원된 신비의 미니 왕국들이 반가울지도 모르겠다.학술서라고 항상 우중충한 갱지 도판만 가질 필요는 없을 테니까.해서 말인데 논증과 지나친 자료적 엄격성을 배제한 보다 읽기 편한 가야사를 후속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책에 담긴 아름다운 도판은 그대로 살려서(푸른역사·김태식·각권 2만원).

김현덕기자 h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