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代 韓日關係 硏究史 -任那問題를 中心으로-

金泰植 (弘益大)

          목차

        1. 머리말

        2. 임나일본부설의 성립

        3. 임나 문제 연구의 혼란

        4. 임나 문제 연구의 안정

        5. 임나 문제의 교육 현황

        6. 맺음말

        1. 머리말

  한국과 일본은 고대 이래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호간에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러나 그들 사이의 관계가 어떠했는가에 대한 연구는 그리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최근에는 고대 한일관계사를 왜곡 서술하는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나타나서 한일관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그 중의 한 교과서는 해방 이후 50여 년에 걸쳐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연구되어 온 고대 한일관계사의 연구 성과를 전혀 무시하고 있다. 그 교과서의 설명에 대하여 일부의 국민들이 지지를 표명하기도 하는데, 이는 근래의 학계 연구 성과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학계에서 고대 한일관계에 대한 연구 성과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연구 성과들이 양국의 여러 전문적인 논문집들에 분산되어 있어서, 전문 학자라고 해도 그들을 일일이 찾아보기가 어려운 상태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시점에서라도 고대 한일관계사의 연구 성과들을 객관적으로 정리하여 일반에게 제시하는 것이 학계의 의무라고 하겠다.

  고대 한일관계사의 연구 범위는 선사시대부터 10세기경까지의 고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관계사라고 하겠다. 연구 대상 주제는 임나 문제, 고구려, 백제 및 신라와 왜의 관계,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의 문화 교류사, 한국 및 일본의 종족 구성 문제 등이다. 그 중에서도 임나 문제는 고대 한일관계사의 핵심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임나 문제란 가야와 왜의 관계사를 지칭하며, 그 동안의 연구 결과물도 이 문제에 거의 집중해 왔다. 그 중에 핵심은 任那日本府說로서, 이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우리에게 강요한 식민사관의 대표적인 것으로서, 그들은 이것을 통해 한국 고대사를 왜곡시키고 한국인에게 열등감을 조장했다. 그들이 ‘임나’라고 부르는 곳은 고대 한반도의 가야 지역에 해당한다.

  가야 지역의 역사에 대한 최초의 학문적 연구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정약용 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연구 주체가 일본학자들로 넘어가면서, 가야사를 다루는 시각이 임나 문제를 중심으로 한 고대 한일관계사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본고는 임나 문제를 중심으로 하여 고대 한일관계사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통하여 양국 사이의 우호적 선린 관계가 요청되고 한편으로는 역사교과서 파동으로 인하여 임나일본부설이 다시 부흥되는 이 시점에, 임나 문제의 근래 연구 성과들을 중심으로 하여 한일 양국 학계의 공감이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5. 임나 문제의 교육 현황

  지난 2001년 3월에 있었던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일본 문부성 검정과 관련된 일련의 파동에서 한국 근대사에 대한 왜곡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지만, 임나 문제도 그에 못지않은 파장을 미쳤다. 위에서 논의해 온 임나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연구사가 일본의 교과서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면 그리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2001년에 검정 통과된 8개 출판사의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임나 문제가 어떻게 서술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2000년까지 쓰이던 기존의 일본 중학 역사 교과서(이하 ‘기존판’이라고 약칭함)와 2001년에 새로이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이하 ‘개정판’이라고 약칭함) 사이에 한국 고대사의 서술로서 변화가 보이는 부분을 대략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일본에서 약 40%의 중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는 東京書籍의 교과서에서는 크게 보아 한국 고대사를 설명하는 기조에 변화가 보이지는 않고, 한국사 관련 서술이 대체로 줄어들었다. 일본 중학교의 역사 교과과정이 축소되면서 짧은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일본사를 설명하기도 빠듯할 텐데 한국사 관련 서술을 먼저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任那 관련 서술에서는,

야마토 국가는 백제와 소국으로 분열되어 있던 가야(임나) 지방의 국가들과 연결하여, 고구려와 신라와 싸웠다. 5세기에 야마토 국가의 대왕은 왜의 왕으로서의 지위와 조선 남부를 군사적으로 지휘하는 권리를 중국의 황제로부터 인정받으려고 중국 남조에 자주 사절을 보냈다.

라고 되어 있으며, 이는 기존판과 개정판 사이에 변화가 없다. 東京書籍의 이 부분의 서술은 ‘임나’가 아닌 ‘가야(임나)’로 표기하였고 가야의 국가들과 ‘연결’하였다고 하여 객관적인 서술을 보이며, 임나일본부설을 고집하려는 의도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왜 5왕이 중국에게 “조선 남부를 군사적으로 지휘하는 권리”를 인정받으려고 했다는 것을 왜왕이 중국에 요구한 爵號를 통해서 유추할 수 있으나, 이것이 한반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영향력도 가지지 못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부연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치 그것이 사실인양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이는 사료상의 기록을 그대로 전제한 것이기 때문에 흠 잡기는 어렵다.

  大阪書籍의 교과서는 다른 교과서에 비하여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서술이 많은 편이다. 임나 관련 서술은 “백제와 신라 사이에 둘러싸인 가야(임나)지방의 작은 나라들은 야마토 왕권과의 관계 등을 이용하여 양국에 대항했다.”고 간략하게 서술하였다. ‘관계’라고만 표현한 것은 모호하고, ‘우호관계’ 등으로 평등한 사이였음을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문장 자체로는 우리 나라를 의식하여 표현을 자제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敎育出版의 교과서는 기존판에서 4?5세기에 일본이 조선 남부에 “세력”을 뻗치거나 유지하려고 했다고 한 것을 개정판에서는 “관계”로 수정하여 긍정적이다. 日本書籍의 교과서는 4세기에 대한 서술에서는 임나 관련 서술을 하지 않았고 왜 5왕이 “조선반도 남부를 지배하는 將軍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으려고 했다는 것만을 서술하였다.

  日本文敎出版, 淸水書院, 帝國書院의 교과서는 기존판에 비해 개정판에서는 조선 남부와의 “관계”를 “세력”, “지배”, “우위” 등의 단어로 교체하여, 이번에 임나일본부설을 좀더 강화한 증거가 뚜렷하다. 이들은 채택률이 매우 적은 群小 출판사들이기 때문에 우경화의 바람을 타고 자신의 교과서의 채택률을 늘려볼까 하는 심산으로 한국 고대사 관련 서술을 의도적으로 개악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이들에서는 임나 관련 서술이 그다지 많지 않고 지나친 표현으로 진전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장 영향력이 많은 東京書籍(점유율 40%), 大阪書籍(점유율 20%), 敎育出版(점유율 18%)의 세 교과서가 2001년도 문부과학성 검정 과정에서 개악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이는 그 교과서들을 집필하거나 자문해주는 연구진들이 비교적 일본 학계의 연구 성과를 착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수준에 있고, 또 그 출판사들도 기존의 채택률에 자신이 있어서 모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반면에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역시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회’의 扶桑社版 중학교 교과서이다. 후소샤 교과서의 임나 관련 서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조선반도의 동향과 일본]

“일본열도 사람들은 원래 鐵 자원을 얻고자 조선반도 남부와 교류를 해 왔다. 이에 4세기 후반, 야마토 조정은 바다를 건너 조선으로 出兵하였다. 야마토 조정은 반도 남부의 임나(加羅)라는 곳에 據點을 둔 것으로 여겨진다.”(37쪽)

  [조공]

“바다를 건넌 야마토 조정의 軍勢는 백제를 도와, 고구려와 격렬하게 싸웠다. 414년에 세워진 고구려 광개토왕 비문에 4세기 말부터 5세기 초의 사건으로 이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고구려는 백제의 수도 한성을 빼앗고 반도 남부를 석권하였다. 그러나 백제와 임나를 地盤으로 한 일본군의 저항에 부딪쳐 정복은 이루지 못하였다. (중략) 야마토 조정의 반도 정책은 점차 부진에 빠지고 난관에 봉착하였다.”(38쪽)

  [야마토 조정의 自信]

“6세기가 되면 (중략) 임나는 신라로부터는 침략당하고, 백제로부터는 영토의 일부 割讓을 요구받았다. (중략) 562년, 임나는 멸망하여 신라의 영토가 되었다. (중략) 임나에서 撤退하여, 반도 정책에 실패한 야마토 조정이었으나(하략)”(40쪽)

  위와 같은 내용은 기존의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임나일본부설을 내세우고 있다. 검정 신청본에는 “이곳에 놓여진 우리 나라의 거점은 임나일본부라고 불리었다”라고 까지 표현하였다가 그 부분만 일본 문부과학성에 의하여 삭제되었다. 그러나 임나일본부라는 용어만 삭제되었을 뿐, ‘出兵’, ‘據點’, ‘地盤’, ‘割讓要求’, ‘撤退’ 등 末松保和의 임나일본부설에서 나타난 용어와 개념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2001년 5월 26일에 일본의 朝鮮史硏究會와 日本史硏究會를 포함한 여러 역사 단체들이 내놓은 성명서에서도, “4세기 말부터 5세기 초의 왜가 백제?신라를 일관되게 원조하여 고구려와 대립한 것처럼 서술한 것은 틀렸다.”고 하고, 또 “백제와 임나에 항상적인 일본의 정치적 基地가 구축되어 있는 것과 같은 표현도 틀리다.”라고 하였다. 이로 보아 일본 학계에서도 전형적인 임나일본부설이 부활하는 것을 문제시하고 반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후소샤 교과서와 관련된 논쟁의 와중에서 최근에는 대부분의 일본사학자들도 임나일본부설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확인한 것은 소중한 사실이다.

  그러면 중학교 교과서에 비하여 고대사 관련 서술 분량이 많은 고등학교 교과서는 임나 문제에 대하여 어떤 자세를 보이고 있을까? 일본 고등학교의 역사 교과서는 2002년 3월에 새로운 검정본이 공개될 예정이므로, 여기서는 1995년 이래 사용되고 있는 현행본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는 A형과 B형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B형이 전근대사의 비중이 더 높으므로 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가장 높은 채택률을 보이고 있는 山川出版社의 두 교과서는, 4세기의 상황에 대해서는 “조선반도 남부의 철 자원 확보를 위하여 일찍부터 가야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던 왜국(大和政權)이 고구려와 싸우게 되었다.”고 완곡하게 서술하였으나, 562년에 백제와 신라가 가야제국(임나)을 차례로 지배하에 넣은 결과 “야마토 정권은 가야에 가지고 있던 세력 거점을 잃었다.”고 하여 그 밀접한 관계가 지배 관계였음을 드러냈다.

  일본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두 번째로 많이 채택하고 있는 東京書籍 교과서의 임나 관계 서술은 앞의 교과서보다 조금 더 많은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국이 분립되어 있던 변한의 제국은, 백제 및 신라와 대항하기 위하여 일찍부터 철을 구해서 조선 남부와 교섭이 있었던 왜의 세력과의 결속을 강화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4세기 후반에 이르면 (중략) 이 무렵부터 야마토 왕권은 가라 지방(가야라고도 한다. 원래 변한 지역)에 세력을 뻗쳐, 그 세력 아래 들어온 것으로 간주한 지역을 任那라고 불렀다.(原註: 임나는 본래 조선반도의 남단에 있던 소국의 이름이었으나, 야마토 왕권은 그 곳을 거점으로 삼아 가라 제국에 세력을 뻗쳤으므로, 그 세력 아래 들어온 것으로 간주한 지역을 임나라고 불렀다.) 5세기 초부터 약 1세기 동안 5대의 왜왕(왜의 5왕)은 중국 남조(宋)에 조공하고, 조선 남부에 대한 군사지휘권을 나타내는 높은 칭호를 얻고자 하였다. 이는 중국 황제의 권위를 배경으로 하여, 조선 제국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유리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위에서 관심을 기울인 분야와 서술 기조는 같은 출판사의 중학교 교과서와 비슷하며, 한반도 내의 상황을 좀더 자세히 기술하여 이해를 심화시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서술하는 중에 “야마토 왕권이 가라 지방에 세력을 뻗쳤다”든가, “임나라는 소국을 거점으로 삼았다”든가, “그 세력 아래 들어온 것으로 간주한 지역을 임나라고 불렀다든가” 하여, 가야 지역에 대한 우월적 심정을 드러냈다. 다만 이를 단언하지 않고 그런 사실을 야마토 왕권이 ‘간주’한 것으로 서술하여 논쟁을 피해가려고 하였다. 왜 5왕의 작호에 대한 서술 강도는 중학교 교과서와 같다.

  實敎出版社, 自由書房, 三省堂의 교과서는 야마토 정권이 소국으로 분립된 가야 제국에 ‘세력’을 뻗쳤다든가, 왜 5왕이 조선 남부에 대한 지배권을 보이는 칭호를 중국에 요청하였다는 점을 서술하면서 그에 대한 異說도 존재한다는 것을 각주를 통해서 언급하였다. 帝國書院의 교과서는 왜국이 가야 제국에 강한 영향력을 가졌고 백제와는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하였으며, 淸水書院의 교과서는 가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백제가 야마토 정권과 동맹관계를 맺고 고구려에 대항했다는 점만을 서술하였다.

  일본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중에 임나 문제에 대한 서술 비중이 가장 많은 것은 國書刊行會에서 출판한 교과서이다. 거기서는 3세기의 “<<위지>> 왜인전의 기록에 의하면 狗邪韓國은 왜국의 일부”라는 기사를 언급하였고, 야마토 조정이 “가라(임나)라고 불린 변한 제국으로 진출하여 거점을 두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였으며, “이소노카미 신궁의 칠지도 명문에 있는 연호를 태화 4년(369)으로 보면 조선 출병의 해와 일치한다.”고도 하였다. 또한 왜의 5왕의 작호에 대한 서술은 다른 교과서들과 대동소이하고, 512년에 백제에게 임나의 4개 지역(縣)을 할양“하였으며, 임나가 신라에게 멸망함으로써 ”조선반도에서 우리나라의 거점은 없어졌“다고도 하였다. 이 교과서의 임나 관련 서술은 매우 자세하고 구체적인 서술에 있어서는 여러 사료를 제시하고 지나친 단정은 하지 않았으나, 세련된 표현 속에서나마 후소샤의 중학교 교과서와 논조가 거의 같다. 즉, 과거의 임나일본부설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교과서는 일본 내에의 역사 교사들 사이에 공감을 얻지 못하여 교과서 점유율이 1% 미만이라는 점은 다행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의 경우에는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山川出版社와 東京書籍의 교과서가 임나일본부설을 비교적 강도 높게 서술하고 있는 편이고, 기타 교과서들에서는 이를 언급하면서도 이설의 존재를 환기시키거나 또는 ‘영향력’, ‘우호관계’ 등으로 서술을 완화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일본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들은 임나일본부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야마토 정권이 가야 지역에 진출하였거나 지배하였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이 볼 때, 대부분의 일본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야마토 정권이 4세기 후반부터 6세기 중엽까지 한반도 남부의 가야 제국에 세력을 뻗치고 있었다는 것을 토대로 삼아, 일본 열도의 중앙집권적인 고대국가 형성 사실을 입증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기조를 유지하면서 출판사의 성향에 따라 이를 ‘지배’나 ‘거점’ 등으로 강하게 표현하거나, 또는 ‘영향력’이나 ‘관계’ 등으로 완화하고 있다. 扶桑社의 중학교 교과서의 임나 문제 서술은 각 출판사의 가장 강경한 표현들을 집적해 놓은 것으로서 사실 우리의 눈으로 볼 때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들 모든 서술은 末松保和의 <<任那興亡史>>를 고대 한일관계의 근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제 임나 문제는 일본에서의 교육 상황과 연구 상황 사이에 큰 괘리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1950년대 이후 50여년에 걸쳐 연구한 결과, 임나일본부의 성격을 한반도에 임시로 왔던 외교 사신이나 또는 상호간의 우호 관계에 토대를 둔 교역 기관으로 보는 양국 역사학자들의 연구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는 현재의 일본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史觀에, 과거의 사실에 대한 반성을 결여하고 고대 한국 문화까지 폄하하려는 근본적인 선입견이 있는 탓이다. 아무리 연구해도 과거에 설정된 자기 나라 역사의 설명 기조를 고칠 수 없다는 것은, 현대 일본 역사학자들의 한계성인 동시에 일본 중등학교 역사 교육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 나라의 중등학교 역사교과서는 1990년대 이후 가야사의 연구 성과들을 점차 많이 반영하여 임나 문제 극복의 단서를 마련했으나, 아직은 三國時代의 관념에 갇혀서 이를 한국 고대사 체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데 인색하다. 마음을 열어 가야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四國時代를 정립하지 않는다면 그 곳에 여전히 任那史가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임나 문제 교육이 일제시대의 관념대로 뿌리 깊게 온존되는 것에는 우리 나라의 역사 교과서들도 방조한 점이 있다고 하겠다.

        6. 맺음말

  지금까지 임나일본부와 관련하여 가야사와 고대 한일관계사에 대한 논쟁사를 정리해 보았으나,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4?5세기의 가야 및 일본의 역사상은 불분명한 점이 많이 있고, 그 시기를 반영하는 사료인 <<광개토왕릉비문>>과 고고학적 유물 자료에 대해서도 부단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계속적인 연구 축적과 학술 발굴 및 과학적인 연구 방법의 개발 등에 의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본문에서 밝힌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임나 문제란 가야와 왜의 관계사를 지칭하며, 그 동안의 연구 결과물도 이 문제에 거의 집중해 왔다. 그 중에 핵심은 任那日本府說로서, 이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우리에게 강요한 植民史觀의 대표적인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통해 한국 고대사를 왜곡시키고 한국인에게 열등감을 조장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에도 시대의 <<日本書紀>>에 대한 연구 때부터 일본 고대 야마토 정권이 가야 지역에 임나일본부를 설치하고 지배했다는 견해가 제시되어 있었다. 그 근거는 神功皇后와 관련된 설화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일제 시기를 거치면서 스에마쓰 야스가즈는 이를 좀더 강화하여 왜가 4세기 중엽부터 6세기 중엽까지 200년 동안 가야 지역에 해외 통치기구인 임나일본부를 두고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고 하였다. 이로써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은 성립되었다.

  그러나 고고학적인 증거로 볼 때, 가야 지역에는 일본의 유물들이 나타나지 않으며, 오히려 가야 지역의 철제 갑주나 무기, 마구 등이 일본열도보다 시기적으로 앞선다. 그래서 그 후 1948년에 에가미 나미오는 가야 지역으로부터 철제 갑주와 무기로 무장한 기마민족이 4～5세기경에 일본열도로 진입해 들어와서 이를 정복하였다는 학설을 발표하였다. 그 후 일본의 고대 소국들은 모두 한반도에 있는 삼한 및 삼국의 이주민들이 건설한 식민지와 같은 존재였다는 연구가 나오고, 가야 지역은 일본 야마토가 아닌 백제의 지배를 받았을 것이라는 연구도 나왔다. 또한 임나일본부설의 근거가 되던 <<日本書紀>>의 5세기 말 이전의 사료들은 그 신빙성이 낮아서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견해도 발표되었다. 이처럼 임나 문제의 연구는 별다른 해결점도 찾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졌다.

  1970년대 이후로 한일 양국의 학자들은 고대 한일관계사를 좀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혹자는 임나를 왜가 경영하기는 했어도 그 시기는 30년 또는 단 1년에 지나지 않는다든가, 또는 왜군은 백제의 양해 아래 傭兵으로서 가야 지역에 들어와 있었다는 견해를 제기했다. 혹은 임나일본부란 가야 지역에 들어와 있던 왜국의 使臣에 불과했다든가, 또는 양국간의 交易을 위한 機關에 지나지 않는다든가 하는 견해도 나왔다. 사실 그 설치 주체는 왜국이 아니라 가야연맹의 2인자인 安羅國이었고, 왜의 해외 통치기구가 아니라 加耶의 外務官署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매우 축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중등학교의 상당수의 역사교과서에는 여전히 가야 제국에 왜국의 세력이 미치고 있었다든가, 왜국의 군사 거점이 그 곳에 있었다든가, 또는 그 지역을 토대로 삼아 고구려와 대결하였다든가 하는 주장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지역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 외에 가야라는 네 번째의 정치체가 오랫동안 독립적인 정치체를 이루고 살았다. 그들은 적어도 3세기 이후 6세기까지 수백 년에 걸쳐서 여러 小國들이 聯盟體를 이루고 있었으며, 5세기 후반 이후로는 상당한 중앙 집권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제 임나 문제를 포기하고, 가야연맹체의 발전을 주목해야 한다.

  아직 불충분한 연구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근래의 수십 년간에 이루어진 한일 양국 학계의 임나 관련 연구 성과는 양국의 중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잘못된 임나 관련 역사 인식이 양국의 학생들 사이에 대를 이어서 계승되는 것을 이제 막아야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