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왕권의 성장과 한일관계 [국문초록]

김 태 식 (홍익대학교)

4~6세기는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역사에서 매우 활발한 성장의 시대였다. 고구려와 백제는 중국 남북조시대의 국제 조건을 이용하여 성장하였으며, 신라, 가야, 왜는 다시 고구려와 백제로부터 문화를 전수받으며 성장하였다. 그 시기에 대한 한일관계사는 가야사의 전개과정을 중심으로 하여 새로이 정립되어야 한다.

4세기에 들어와 고구려와 백제는 율령과 불교 등을 토대로 중앙집권적인 고대국가 체제를 완성하고 한반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하여 군사적 대결을 벌였으며, 한반도 남부의 신라와 가야는 그에 부수적으로 연동되어 움직였다. 일본열도에서는 가와치(河內)를 중심으로 한 왜 왕권이 가야를 매개로 하여 백제와 교류하게 되었다.

광개토왕릉비문에 나오는 ‘왜적’ 또는 ‘왜구’는 일본 기나이(畿內) 야마토(大和) 세력의 파견군이되, 그들은 가야 및 백제의 의도에 따라 대(對) 신라 전선이나 고구려와의 전쟁에 투입되기도 하였으며, 그 실상은 가야-왜 연합군이었다. 그러나 그 전쟁에서 고구려가 승리하자, 백제는 낙동강 유역을 중개기지로 하는 대왜교역망을 상실하게 되었고, 김해의 금관가야 중심의 전기 가야연맹은 큰 타격을 입고 해체되었다.

5세기에 고구려는 동북아시아의 중추적 중개교역자로 성장하여 한강 이남에 대한 남진정책을 추진하였고, 백제는 신라, 가야 등과 동맹을 맺고 이를 막아냈으며, 그런 과정에서 신라는 고대국가를 성립시켰다. 가야 지역은 고구려-신라 연합군의 임나가라 정벌 이후 큰 타격을 입고 약화되었으나, 고령의 반파국은 철광산을 개발하며 발전하여 대가야로 국명을 바꾸고 후기 가야연맹을 건립하였다.

5세기 이후 일본열도에는 가야로부터 원조공인(援助工人)과 유망민, 즉 가야계 이주민이 들어와 철제 갑주, 마구, 도질토기 등 선진문물이 보급되는 변화가 일어났으며, 한반도와 왜의 교역은 김해를 대신하여 고령의 대가야를 중심으로 계속되어나갔다. <<송서>> 왜국전에 나오는 왜 5왕의 칠국제군사호(七國諸軍事號)로 보아, 그들은 한반도 남부를 군사적으로 통솔할 수 있는 권리를 중국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했던 듯하나, 그것은 왜왕의 의도일 뿐 실효성이 없는 행위였다.

6세기에 들어 백제는 한강에 이르는 영토를 회복하고 가야 세력권에 있던 ‘임나 4현’, 즉 호남 동부의 섬진강 유역을 점령하였으며, 신라는 율령 반포, 불교 공인 등을 통하여 중앙집권 체제를 완비하였다. 대가야는 백제와의 대결 과정에서 중앙집권적 지배체제를 정비하여 초기 고대국가를 성립시켰으나, 결국은 신라에게 병합되었다.

백제는 왜에 오경박사와 승려들을 보내 유학과 불교 등을 전수하였으니, 이 시기를 전후하여 고대 한일 교류의 패턴은 기존의 백제-가야-규슈왜(九州倭)-긴키왜(近畿倭)를 거치는 형식으로부터 백제-긴키왜(近畿倭)로 직결되는 형식으로 전환되었다. <<일본서기>>에 보이는 ‘임나일본부’의 성격에 대해서는 임나지배설이 퇴조하고 백제나 가야와의 외교나 교역을 중시하는 설로 바뀌었으며, 그 용어도 사실에 가까운 안라왜신관으로 대체하는 것이 타당하다.

주제어: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왜, 광개토왕릉비문, 왜오왕, 임나일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