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문화상 수상 소감


여러 모로 부족한 저에게 뜻 깊은 제1회 가야문화상을 내려주신 재단법인 가락국사적개발연구원 김봉호 이사장님과 김영준 명예이사장님, 그리고 여러 임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가락국사적개발연구원은 그동안 10여 년에 걸쳐 한국고대사와 가야사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크게 지원을 해오셨고, 저도 그 성원에 힘입은 바가 많습니다. 그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게다가 제가 학창시절부터 글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고 최근까지도 크게 의지하고 있는 가야 고고학의 대 선배님이신 임효택 선생님과 함께 제1회 가야문화상을 수상하게 되어 더욱 영광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오늘 이 자리에 저와 늘 가까이 지내고 저를 아껴주시는 분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제 아내, 저희 학과 동료 교수님과 학생들, 그리고 한국고대사 관련 선배님과 후배님들이 여러 모로 바쁘신 중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축하해주러 와 주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 분들이 오늘 보여주신 것과 같은 조그만 성의들이 모여, 그 속에 제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가 그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 됩니다. 앞으로 더욱 더 힘을 내겠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에 공부 외의 어떤 계기로 인해서, 한국 고대사 가운데 매우 조그만 분야에 지나지 않는 가야사의 연구 부진이,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열등감의 근원 가운데 하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후 20여 년에 걸쳐 무식하게 가야사만 공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항상 모든 것을 가야사와 관련해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그다지 이룬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 한국 고대사를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사와 통일신라사로만 이해해 왔습니다. 이는 신라 중심의 사관이 <<삼국사기>>를 통해서 정립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우리 민족이 큰 시련을 겪을 때마다 한국 고대사의 영역은 확장되어 왔습니다.

몽고침략기의 시련을 겪으면서 <<삼국유사>>에서는 고조선, 발해, 가야의 역사를 추가해 넣었으며, 특히 연표에는 가야를 포함한 사국을 대등하게 병기하였습니다. 그 후 고조선이 한국 고대사에 들어왔습니다.

조선 중기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나서, 실학자들은 가야사와 발해사를 한국 고대사에 추가해 넣었습니다. 그런 주장이 결국은 통하게 되어, 최근 들어 발해사가 한국사의 일부임을 인식하게 되어 통일신라시대가 아닌 남북국시대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주장을 부활한 성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 후기에는 가야사에 대한 관심도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그 중에 안정복은 수로왕 즉위 조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는 대국이고 가야는 소국이지만 이제부터는 ‘사국(四國)’이라고 하였습니다. 정약용은 가야가 해운의 이점을 이용할 줄 알아서 신라보다 앞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침략이 시작되면서 이런 연구 동향이 사라지고, 가야사가 임나사로 악용되는 암흑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우리 손에 의한 가야사 연구가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가야도 신라와 비슷한 기원전 1세기 무렵에 국가 성립의 기원을 이루기 시작하였고, 김해 중심의 전기 가야와 고령 중심의 후기 가야로 변하다가 562년에 멸망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한국 고대사는 거의 삼국 중심으로만 이해되고 있고, 학계 내부에도 사국시대라는 말에 대한 거리낌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본사 교과서나 참고서에는 아직도 가야가 일본의 강한 영향력 아래 있던 것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임진왜란을 겪고 일제의 억압을 36년간 받는 시련을 겪었으면서도, 아직까지 가야사가 한국 고대사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저는 매우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물론 역사는 이념이 아니라 과거의 사실과 그에 바탕을 둔 해석입니다. 그리고 그 해석을 많은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가야사와 관련하여 그런 일을 할 생각입니다. 무슨 선입견에 매여, 그것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을 설득하여 마음을 바꾸게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가야사가 한국 고대사에 편입되어 '사국시대'가 되어야, 우리 민족의 분열과 시련이 끝나고 모든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부터 제 충정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려운 이웃의 존재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그 이웃은 용기를 얻고, 또 위기 상황에서도 큰 힘을 보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가야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호소하는 것으로, 가야문화상 수상에 대한 인사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3년 1월 21일 김태식